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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0 05:54 한가로운 외출기
감기와 수면 부족으로 몸이 너무 찌뿌드드해서 금요일 퇴근 후
병원에 들렀다가 컨디션이나 회복할 요량으로 센트럴 스파로 직행했다.
뜨거운 물에 몸을 풀고 나면 좀 오래 잘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찜질방 수면실 에어컨의 냉기 때문에 결국 여섯 시간도 채 못 자고 또 잠이 깨버렸다.
센트럴 씨너스에서 조조나 한 편 보고 들어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부스스한 정신으로 일어나 버켄스탁을 따박거리며 씨너스로 향했다.
씨너스에 도착해보니 이른 아침인데도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적지 않다.
7개 상영관 중에 무려 4관을 "놈놈놈"이 꿰차고 있다.
정말 작정을 하고 돈을 바르는구나 싶어 약간의 반감이 일기도 했지만,
개봉 전부터 워낙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영화라 8시 영화표를 끊어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물욕으로 가득찬 송영창의 매서운 눈매와 마초냄새 물씬 나는 이병헌의 비열한 웃음으로
오프닝을 끊은 영화는 종착역 없이 질주하는 열차처럼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쉼없는 추격전과 총격씬, 격투씬으로 2시간이 넘는 시간을 채워 나간다.
"놈놈놈"에 대한 평 중에 스토리가 빈약해서 별로라는 의견들이 많았는데, 글쎄......
김지운 감독이 이 영화에 있어서 주안점을 둔 지점이 스토리에 기반한 서사가 아니어서 그렇지,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놈놈놈"은 김지운의 전작들에 절대 뒤지지 않는 것 같다.
이상하게도 한국 사람들은 자국 영화를 평할 때 서사라는 잣대를 과도하게 들이대어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마도 이런 시선의 가장 큰 희생양이 이명세 감독이 아닐까 한다.
반면에 "디워" 같이 관객에 대한 예의가 없는 영화에는 또 너그러운 반응을 보이시니 가끔 한국 관객들의 영화 취향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영화에 있어서 "서사"는 결국 감독의 선택의 문제라고 보는데,
사실 영상으로 썰을 잘 풀어낼 자신이 있다면 굳이 스토리에 치중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이런 영화들이 서사에 치중한 일반 상업영화보다 훨씬 더 영화보는 재미가 있다.
(남들 다 지루하다고 했던 "M"도 흥미진진하게 보았고,
결국 DVD까지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이 취향은 앞으로 버리기 쉽지 않을 듯 하다.
뭐, 버릴 생각도 없지만.)  

"놈놈놈"의 미덕은 김지운 감독 특유의 치밀하게 직조된 영상화법이
상업영화라는 이 영화의 아이덴티티와 충실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사실적인 미장센, 유려한 액션 디자인, 잘 계산된 편집, 각 캐릭터의 욕망을 잘 잡아낸 카메라 구도.
화면 곳곳을 정말 독하다 싶을 정도로 고민해서 배치한 티가 역력하다.
스토리가 빈약해서 "디워"랑 뭐가 다르냐는 가슴 무너져내리는 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는 영화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단순히 가벼운 액션영화라고 보고 무시하기엔 영화의 완성도와 들인 공에 비해 너무 평가절하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아직 볼까 말까 고민중인 분이 계시다면,
영화비 8,000원이 아깝지 않으니 꼭 보시라고 추천 드리고 싶다.
(난 조조로 3,000원에 봤지만,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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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한 마디씩 해보자면,
"좋은 놈" 정우성, 감독이 그렇게 작정하고 밀어 줬건만 여전히 기본 발성에서부터 한계가 보인다.
특히 송강우와 투샷으로 나오는 장면들은,
정우성이 조금만 더 받쳐 줬으면 좀 더 맛깔나 보였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로서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제발 발성연습부터 다시 하시길 하는 바람이 남는다.
대사전달력이 그렇게 떨어져서야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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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놈", 송강호.
송강호의 강점은 배우로서 질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기 다른 캐릭터를 항상 송강호식으로 녹여 내는데, 설경구처럼 천편일률적이지가 않고 언제 봐도 신선하다.
이 점이 송강호가 나오는 영화라면 항상 극장에서 표 끊고 보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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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 이병헌.
"달콤한 인생" 이후로 정말 연기가 일취월장이시다.
개인적으로 이 분 드라마보다 영화에서의 연기가 더 좋은 것 같다.
드라마는 좀 느끼해서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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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포스터가 캐릭터에 더 치중했다면,
칸에서 선보인 포스터는 서부영화라는 아이덴티티에 더 충실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포스터는 이게 더 재밌는 것 같다.


p.s. 달파란이 참여한 영화 OST도 정말 좋으니,
영화를 보실 분들은 음악에도 주의를 기울여 주세요~

p.s.속편은 주인공 셋이 조선에서 만주로 넘어오는 얘기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고 바래 봅니다.
posted by 무이 sweetm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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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ch 2008.07.20 14:48 신고  Addr  Edit/Del  Reply

    저도 자꾸 냉면집에서 찾을 육수를 자꾸 양식집에서 찾는 듯 영화에게 뭔가 이상한걸 요구하는 모양새를 보면 안타까워 합니다.
    글을 읽다가 너무도 공감되고 분석도 흥미로워서 한마디 남기고 갑니다.. ^^

    • 무이 sweetmui 2008.07.21 03:38 신고  Addr  Edit/Del

      냉면집에서 찾을 육수를 자꾸 양식집에서 찾는다라... 적절한 비유신 것 같아요ㅋㅋ 모자란 글솜씨로 끄적거려 놓은 건데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하네요. 그런데 Tech님 닉네임이 몹시 낯익은데 혹시 IT쪽 파워블로거세요?

    • Tech 2008.07.24 02:22 신고  Addr  Edit/Del

      블로거는 맞는데 파워블로거는 아닙니다. ^^
      여기저기 가끔 댓글을 달아서 익숙해보일수도... ^^